[언론보도]저희도 늘 받기만 하는 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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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조회 1,050회 작성일 11-11-02 13:14본문
“저희도 늘 받기만 하는 건 아니랍니다.”
- [공감코리아-싸이월드 ‘온기훈훈 캠페인’] 결혼이주여성 봉사단 ‘톡투미’와 함께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공감코리아 정책기자단]
“이곳에 오니, 작년에 돌아가신 스리랑카의 친정 할머니가 그리워지네요. 즐거워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 뵈니까 저도 모처럼 친정에 온 것 마냥 기쁩니다.”
지난 22일, 서울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를 찾은 결혼이주여성 봉사단체 ‘톡투미 (Talk to me)’ 대표 이레샤 씨가 밝은 표정으로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환한 웃음 뒤로 촉촉하게 젖은 눈가에는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비쳐졌다.
문화체육관광부 공감코리아와 싸이월드가 함께 한 ‘온기훈훈 캠페인-다문화 인식 개선’에 함께 한 결혼이주여성 봉사단체 ‘톡투미 (Talk to me)’ 회원들이 온라인을 통해 모집된 누리꾼 봉사단과 함께 요양원을 찾았다.
스리랑카 출신의 이레샤 씨는 “한국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다가가는 것이었다.”며 “‘다문화 가정은 어렵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감코리아와 싸이월드가 함께 한 ‘온기훈훈 캠페인-다문화 인식 개선’편에 참가한 ‘톡투미’ 봉사단과 온라인을 통해 모집된 누리꾼 봉사단.
‘톡투미’는 스리랑카, 일본, 태국, 몽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나라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10여 명이 각자의 재능을 좀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모아 만든 봉사단체로 지난해 3월 설립됐다.
문화 교육은 물론 소외계층을 돕는 ‘모니카(‘먼 곳에서 왔으니까, 머니까’라는 뜻) 인형 만들기’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쳐왔던 이들이 이번에는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온기훈훈 캠페인‘에도 그 뜻을 함께 했다.
이날은 마침 구립송파노인요양센터와 송파복지센터가 마련한 ‘2011 나눔으로 하나 되는 축제’가 있던 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잠시나마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봉사단의 역할이다.
오전 10시, 센터 강당에 모인 봉사자들이 사전 주의 사항을 꼼꼼히 챙긴 후 짝꿍 어르신이 계신 각 층으로 향했다. 6살 된 아들 은총이 함께 봉사에 참가한 호지완 씨(베트남)는 마치 친정 부모를 만나기라도 하는 듯 얼굴 한가득 설레는 표정이 역력했다.
‘톡투미’ 봉사단 호지완(베트남)씨와 아들 이은총 군이 휠체어를 밀며 어르신의 이동을 돕고 있다.
그렇게 짝꿍 어르신과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눈 결혼이주여성 봉사단들의 얼굴에는 첫 만남의 어색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들은 이내 ‘아들, 딸, 손자, 손녀’가 되어 어르신들과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어르신들을 안전하게 휠체어에 모시고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센터 1층에 마련된 ‘추억의 사진전’. 이곳에 입소한 어르신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빛바랜 사진들이 어르신들을 맞았다.
“어르신, 지금도 고우시지만 젊으셨을 때 정말 미인이셨네요.”
봉사단으로 참가한 신지욱 씨(경기도 부천)가 한 어르신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을 건넸다. 함께한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시는 듯 했다.
센터 한 편에 마련된 추억의 사진전은 어르신들로 하여금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신 씨는 “늘 마음에는 있지만 이렇게 봉사하는 시간을 내기가 참 어려운데, 어르신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나눌 수 있어 정말 기분이 좋다”며 “어르신께서 잠시나마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 행복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당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가한 나눔 행사로 시끌벅적한 모습이었다. ‘친환경’이라는 주제로 잔반 없는 사찰 음식 나누기, 폐현수막과 EM을 이용한 환경코너와 아나바다 장터, 먹거리 장터로 풍성하게 꾸며진 행사장 곳곳을 봉사단과 어르신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강연경 사무관은 “생각보다 행사도 크고 지역 주민들이 함께 나누고 즐기는 축제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며 “어르신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봉사단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해 주어서 무엇보다 고맙다”고 전했다.
나눔 축제를 즐기고 있는 어르신들과 봉사단
본격적인 나들이가 준비된 오후 시간. 센터 인근의 산책로를 함께 걸으며 어르신과 봉사단들이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가을 햇살이 한아름 쏟아지는 산책로에는 때 아닌 장미꽃도 활짝 펴 어르신들을 반겨줬고, ‘나풀나풀 스카프’, ‘뽀송뽀송 물티슈’, ‘포근포근 양말’ 등등 보물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낙동강 강바람에~ 치마 폭을 스치면~~”
한 어르신은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갑자기 노래를 부르시기 시작했다. 휠체어를 끌던 이레샤 씨는 어르신의 노래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영락없는 ‘한국 아줌마’였다.
송파노인요양센터 어르신과 봉사단들이 산책로를 걷고 있다.
어르신의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걷고 있는 이레샤 씨
30분 남짓 나들이를 마치고 찾아온 아쉬운 작별의 시간. 어르신들을 요양실로 다시 모셔다 드린 봉사단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따뜻한 포옹으로 인사를 나눴다. 봉사 내내 즐거운 표정을 짓던 호지완 씨(베트남)는 아쉬웠는지 어르신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어르신은 연실 고맙다며, 호지완 씨의 아들 은총이의 바지 주머니에 사탕을 한가득 넣어줬다.
“저희 시어머니 생각, 친정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났어요. 저는 한국에 온지 7년 됐는데, 한국에 와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이제는 제가 다른 분들에게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분이 좋고, 앞으로도 봉사를 많이 하고 싶어요.”
결혼이주여성들은 늘 받기만 한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다는 ‘톡투미’ 대표 이레샤 씨가 어르신의 식사를 돕고 있다.
봉사단으로 참가한 이정하 씨(서울 신림동)는 “오늘 톡투미 봉사단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피부색과 언어만 다를 뿐 사랑과 나눔을 표현하는 방법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똑같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옆에서 듣고 있던 ‘톡투미’ 대표 이레샤 씨가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톡투미는 앞으로도 누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어디든 찾아가 말을 건네고 싶어요. 결혼이주여성들은 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저희도 이웃 사랑을 나누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저희들 바람입니다. 저희 모습을 잘 보고 자란 아이들도 올바른 한국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온기훈훈 캠페인’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당당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톡투미’ 봉사단과 주말을 통째로 반납하고 기꺼이 참가해준 시민 봉사단들이 있기에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이 앞으로도 쭉 ‘온기훈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하루였다.
정책기자단 지혜영 (프리랜서) hyeyjee@naver.com